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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

 영화 <바빌론>은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 감독이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 할리우드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연출한 대서사극입니다. 이 시기는 영화 산업이 무성 영화(silent film)에서 유성 영화(talkies)로 전환하던 시기로, 기술적 혁신과 함께 배우, 제작자, 스튜디오 간의 권력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던 시대입니다. 데이미언 셔젤은 이 시절을 단순한 복고풍 회고가 아닌 “황금기의 광기와 대중 문화의 과도함”이라는 시선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호화롭고 방탕한 사교 파티, 마약과 섹스, 사치와 방종이 난무하는 풍경을 통하여 당시 할리우드가 단순한 꿈의 공장이 아니라, 이익과 야망, 타락이 뒤섞인 거대한 기계였음을 시각적으로 그려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영화 산업의 창조적 측면뿐 아니라, 인간의 야망과 과도한 욕망, 그리고 명성과 몰락이 얽힌 심리적 드라마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시대의 낭만과 추악함을 양면으로 조명합니다.

 이를 위해 세트 디자인, 의상, 음악 등 모든 미술 요소가 1920년대의 화려함을 극대화하며, 영화 자체가 하나의 시대적 제물처럼 기능하게 설계되었습니다.

 

- 줄거리

 <바빌론>은 여러 인물이 얽히며 영화산업의 황금기 변화를 겪는 과정을 그립니다. 매뉴얼 “매니” 토레스(Diego Calva)는 멕시코계 젊은이로, 할리우드에 도착해 영화 세트에서 일을 하며 성공을 꿈꿉니다. 그는 초창기 유성영화 시대의 혼돈과 광란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한편, 야심만만한 여배우 넬리 라로이(Margot Robbie)는 스트리트 출신으로 사교계와 영화계의 화려함에 빠지지만, 그녀의 삶은 사치와 중독으로 점점 파괴되어 갑니다. 그리고 전성기를 누리던 무성 영화의 스타 잭 콘래드(Brad Pitt)는 명성과 인기를 유지하려 애쓰나, 시대의 변화 앞에서 점차 위기에 직면합니다.

 이외에도 재즈 트럼펫 연주자 시드니 팔머(Jovan Adepo), 카바레 가수 레이디 페이 주(Li Jun Li), 그리고 영화계를 취재하는 기자 엘리너 세인트 존(Jean Smart) 등이 등장하여 각자의 야망과 결핍을 드러냅니다. 영화는 파티, 마약, 성적 방종이 난무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점점 기술 혁신과 음성 녹음의 도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들은 영화 산업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꿈을 좇다가 자신을 희생하거나 파멸로 향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들의 삶을 통해 “명성과 영광 뒤에 숨은 고통과 대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 등장인물

 

  • 매뉴얼 “매니” 토레스(Manny Torres, Diego Calva):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화 세트 일꾼으로 시작하지만, 자신의 야망을 갖고 점차 영화 제작의 중심부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그는 신참이자 이상주의자로, 영화 산업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목도하는 인물입니다.
  • 넬리 라로이 (Nellie LaRoy, Margot Robbie): 과감하고 대담한 성격의 배우 지망생으로, 무성 영화의 반짝이는 스타를 꿈꿉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치와 마약, 섹스로 점점 자신을 잃어가며, 명성과 몰락 사이의 암울한 길을 걷게 됩니다.
  • 잭 콘래드 (Jack Conrad, Brad Pitt): 전성기를 누리던 무성 영화 배우로, 시대의 전환기에 자신의 입지를 지키려 하지만 변화하는 영화 기술과 산업 구조 앞에서 위기를 맞습니다.
  • 시드니 팔머 (Sidney Palmer, Jovan Adepo):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 영화 음악과 업계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대하려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인종과 사회 구조의 장벽도 경험합니다.
  • 레이디 페이 주 (Lady Fay Zhu, Li Jun Li): 카바레 가수이자 스크린 위의 반짝이는 존재로,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는 삶 속에서 화려함과 불안정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 엘리너 세인트 존 (Elinor St. John, Jean Smart): 할리우드 소식을 전하는 저널리스트로, 파티와 스캔들의 중심에서 영화계의 내부를 관찰하고 비평합니다. 그녀는 명성과 타락의 이면을 글로 써내는 인물입니다.

- 국내외 반응

 영화 <바빌론>은 개봉 후 전 세계적으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데이미언 셔젤의 야심과 연출력이 돋보인다는 칭찬이 많았고, 특히 시각적 화려함, 세트 디자인, 의상, 음악 등 제작 기술 측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습니다. 로저 이버트 평론은 “매뉴얼의 눈을 통해 보이는 영화 산업의 진실과 고통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의 과도한 사치, 길고 복잡한 서사, 그리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집중력을 흐트린다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흥행 면에서는 아쉽게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제작비가 약 7,800만 ~ 8,000만 달러였던 반면, 전 세계 흥행 수익은 약 6,490만 달러에 그치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객 반응도 갈렸습니다. Rotten Tomatoes에서는 비평가 평가가 약 57%로 중간 수준이었고, Metacritic에서는 61점으로 “대체로 호의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일부 관객은 영화의 에너지와 스코어, 연기를 높이 평가하며 ‘이해받지 못한 걸작’으로 기억하지만, 반대로 “너무 과한 장면이 많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재평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평론가는 이 영화를 할리우드에 대한 찬사이자 경고로 보는 반면, 다른 이들은 “사랑과 파괴의 서사”를 담은 셔젤 감독의 가장 야심찬 작품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빛나는 순간 뒤에는 항상 그림자가 있습니다. 영광과 몰락은 한 끗 차이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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