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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의 실제 사건인 ‘덩케르크 철수 작전(Operation Dynamo)’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1940년 5월, 프랑스 북부의 작은 항구 도시 덩케르크(Dunkirk)에는 독일군에 포위된 약 40만 명의 연합군 병사들이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영국 본토는 불과 100km 떨어져 있었지만,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의 폭격과 해상 포격으로 인해 바다를 건너는 길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때 영국 정부는 ‘국민 전체가 군을 구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리고, 민간 어선과 낚시배, 요트까지 동원해 병사들을 구조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기적의 탈출’을 세 가지 시점-하늘, 바다, 육지-로 교차 편집해 전쟁의 공포를 리얼하게, 그러나 장엄하게 그려냅니다.
덩케르크는 놀란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사량이 적은 영화입니다. 대신 사운드, 시간, 긴장감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며, 관객이 마치 그 현장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IMAX 카메라와 실제 전투기, 해상 촬영을 활용해 실제 역사와 영화적 리얼리즘의 경계를 허물었고, 이는 전쟁 영화의 새로운 미학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놀란은 인터뷰에서 “덩케르크는 전쟁의 영웅담이 아니라,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는 승리가 아니라,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인간의 의지입니다.
- 줄거리
영화는 세 가지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육지의 병사들(1주일), 바다의 민간 선박(하루), 하늘의 전투기(1시간). 이 세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한 지점에서 완벽히 맞물립니다.
먼저 육지의 시점. 젊은 영국 병사 토미(피언 화이트헤드)는 동료들과 함께 덩케르크 해변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은 끊임없는 폭격 속에서 어떻게든 탈출선을 찾으려 하지만, 배는 침몰하고, 바다는 불타며, 죽음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살아남아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바다에서는 민간인 도슨 씨(마크 라이런스)가 아들과 친구 조지를 데리고 작은 요트 ‘문스톤’을 몰고 덩케르크로 향합니다. 그들은 침몰한 군함에서 구조한 병사들을 태우고 끝없는 포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도슨은 “오늘은 영웅이 필요하다”며, 두려움 속에서도 조용히 바다를 향해 나아갑니다.
하늘에서는 영국 공군 조종사 파리어(톰 하디)가 연료가 거의 떨어진 전투기를 몰고 적기를 격추시킵니다. 그의 비행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상징적 장면으로, 그는 마지막 한 방울의 연료로까지 동료들을 지키며 전쟁의 ‘무명의 영웅’으로 남습니다.
세 시점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민간선들이 수평선 너머로 나타납니다. 수백 척의 작은 배가 병사들을 태우고 본토로 향하는 장면은 덩케르크의 감정적 정점을 이룹니다. 죽음과 절망의 바다가 희망의 길로 변하는 그 순간, 관객은 말 없는 함성 속에서 ‘생존의 감동’을 느낍니다.
- 등장인물
토미 (피언 화이트헤드)
덩케르크 해변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젊은 영국 병사입니다. 그는 특별한 영웅이 아닌, 전쟁의 한복판에 던져진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의 두려움과 생존 본능은 관객의 감정을 대변합니다.
도슨 (마크 라이런스)
영국의 민간 선박 선장으로, 군의 요청 없이 자발적으로 구조 작전에 참여합니다. 그의 침착함과 용기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상징합니다. 그는 영화의 ‘양심’이며, ‘평범한 시민의 용기’를 대변합니다.
파리어 (톰 하디)
영국 공군의 스핏파이어 조종사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하늘을 지키며, 상징적인 ‘무명의 영웅’으로 남습니다. 그의 최후 비행 장면은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숭고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콜린스 (잭 로던)
파리어의 전우로, 바다에 불시착 후 민간 선박에 구조됩니다. 그의 존재는 하늘과 바다, 두 시점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합니다.
- 국내외 반응
덩케르크는 개봉 직후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특히 전쟁 영화의 새로운 형식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21세기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대사 없이도 숨이 막힌다”, “진짜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라는 호평이 이어졌으며, 놀란 감독의 완벽한 사운드 디자인과 타임라인 구성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씨네21은 “감정이 아닌 시간으로 전쟁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라고 평했습니다.
해외에서는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현실적인 전쟁 묘사”(The Guardian), “공포를 예술로 바꾼 작품”(The New York Times)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덩케르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음향상, 음향편집상을 수상하며, 놀란의 연출력과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감정이 덜하다”고 지적했지만, 대부분은 그것이야말로 영화의 의도된 거리감이며 ‘집단적 생존의 서사’를 강조한 예술적 선택이라 평가했습니다.
“너희는 집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