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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2017년 9월 개봉한 한국의 드라마 영화로, 감독은 김현석, 주연은 나문희와 이제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영어를 배우려는 할머니와 공무원의 우정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훨씬 더 깊고 묵직한 주제가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한국의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그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드러내기보다 일상 속 유머와 인간적인 따뜻함을 통해 서서히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웃음이 있는 휴먼 코미디’처럼 시작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예상치 못한 감정의 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아이 캔 스피크의 기획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역사를 잊지 말되, 그 아픔을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내자.” 그래서 이 영화는 정치적이거나 교훈적인 대신, 관객이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도록 이끕니다. 그 중심에는 오랜 세월을 홀로 살아온 할머니 나옥분이 있습니다.

 영화는 201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구청을 주요 무대로 펼쳐집니다.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세대의 두 인물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한국 사회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은유로 읽힙니다. 아이 캔 스피크는 단순히 한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말하지 못했던 이들의 용기와,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세대의 역할”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듣는 것’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곧 공감의 시작임을 보여줍니다.

 

- 줄거리

 서울 구청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는 원칙주의자이자 깐깐한 성격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민원 창구에는 매일같이 찾아와 구청의 불편함을 지적하는 ‘민원왕’ 할머니 나옥분(나문희)이 있습니다. 민재는 그녀를 성가시게 여기며 늘 피하려 하지만, 옥분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옥분은 돌연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민재는 처음엔 어이없어하지만, 결국 사무적인 태도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민재는 이 할머니의 진심 어린 열정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옥분은 알파벳 하나하나를 배우며 마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듯 진지했습니다. 그녀는 발음이 서툴고 문장을 자주 틀렸지만, 그 눈빛만큼은 간절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점차 밝혀집니다. 그녀가 영어를 배우려 한 이유는 ‘미국 의회에서 증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고, 수십 년 동안 말하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이제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민재는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이 늘 ‘까다로운 민원인’으로만 생각했던 이 노인이, 사실은 오랜 세월 동안 한 맺힌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옥분을 돕기로 결심합니다. 서툰 영어 발음을 고쳐주고, 진심으로 그녀가 세상 앞에 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탭니다. 그리고 마침내, 옥분은 미국 의회 청문회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영어로 증언합니다. 그 목소리는 작지만 단단했고, 그동안 억눌려온 모든 슬픔과 용기가 그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녀의 증언이 끝나자 청문회장은 침묵으로 가득 찼고, 그 침묵은 곧 깊은 존경과 눈물로 바뀌었습니다.

 영화는 그 순간, “말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임을 보여줍니다. 아이 캔 스피크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오래도록 울립니다.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역사를 넘어 세상에 닿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 등장인물

 

나옥분 (나문희)

 서울의 오래된 주택가에 사는 노년 여성으로, 구청의 민원실을 거의 매일 찾는 ‘문제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상처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녀는 젊은 시절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오랜 세월을 침묵 속에 살아온 피해자입니다.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도, 과거의 진실을 세상에 직접 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옥분은 고집스럽고 불평이 많지만, 동시에 가장 용감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피해의 고백이 아니라 “존엄을 되찾는 행위”임을 보여줍니다. 나문희 배우는 이 역할로 그해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진정한 ‘국민 배우’로 재평가받았습니다.

 

박민재 (이제훈)

 원칙과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공무원으로, 처음에는 옥분을 귀찮은 민원인으로만 대합니다. 그는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냉정한 성격이지만, 점차 옥분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인간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는 처음으로 “법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임을 깨닫습니다. 이제훈은 이 인물을 통해 냉철함과 따뜻함을 오가는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연기했습니다.

 

- 국내외 반응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2017년 개봉 당시,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밝고 따뜻한 코미디로 시작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위안부 피해자’라는 주제가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경험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특히 세대 간의 공감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잊혀가던 역사’를 새롭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고, 기성세대에게는 ‘그 시절의 침묵과 상처’를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진심을 전한 연출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평론가들은 “설교하지 않고도 감동을 준 영화”라며 아이 캔 스피크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배우 나문희의 연기는 한국영화사에 남을 만한 명연기로 꼽혔습니다. 그녀의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만으로도 옥분의 삶 전체가 전달된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씨네21의 한 평론가는 “이 영화는 위로가 아니라 ‘존중’을 이야기한다”고 표현했습니다. 단순히 피해자의 슬픔을 보여주는 대신, 그 목소리를 세상에 ‘존엄하게’ 올려놓았기 때문입니다.

 관객 평점 또한 매우 높았습니다. ‘가슴이 먹먹했다’, ‘진짜 울었다’, ‘이건 꼭 봐야 한다’ 등 입소문이 퍼지며 장기 상영이 이어졌고,
누적 관객 수는 3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옥분이 미국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장면에서는 극장 전체가 조용해질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많은 관객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도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는 하와이 국제영화제, 뉴욕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등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서구 언론들은 “한국이 과거의 상처를 유머와 인간미로 풀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미국 매체들은 이 영화를 “역사를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이라 소개했습니다. 눈물만이 아니라 웃음과 교감으로 풀어낸 방식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일본 내 반응은 다소 복합적이었습니다. 일부 관객은 불편함을 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진정성과 인간적인 감동에
공감하는 일본 관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아이 캔 스피크는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 사람의 이야기로 다가간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역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말한 영화”로 기억되었습니다. 관객에게는 ‘말할 용기’를,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음’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말해야 바뀝니다. 아무 말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바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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